'25년 4월 23일 문호준, 명동에서
## 인사말
24년 3월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처음 입사를 했지만, 일반 사무직은 여러모로 내게 잘 안 맞는다는 걸 깨닫고 여러 진로를 고민했었다. 그리고 24년 9월에 많은 진로 중 계리사가 내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계리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25년 4월 계리사 1차 시험에 응시하여 가채점 기준으로 현재 1차 합격을 한 상황이다.
7월 2차 시험을 앞둔 지금 나는 다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퇴사에 대한 선택이다. 원래부터 퇴사는 결정되어 있긴 했다. 그러나 그 시점이 2차 시험 부분 합격을 한 뒤인지 아니면 1차 시험 합격이 되고 바로 인지는 아직 결정을 못한 상황이다.
어떤 선택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일찍 퇴사해서 이를 후회할 수도 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결국 나는 지금 선택을 해야 한다. 비록 미래의 네가 지금 나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해도 말이다. 미안하다.
## 선택 : 즉시 퇴사 v.s. 2차 부분 합격 후 퇴사
### 즉시 퇴사
가채점 기준으로 1차 합격을 한 지금 바로 퇴사 의사를 밝히고 5월 말 퇴사하는 안.
#### 장점
##### 2차 시험 준비 집중
즉시 퇴사의 장점 중 하나는 다가올 2차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분석팀의 업무 강도는 2차 시험 준비와 병행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다. 정규 업무에 더불어 이벤트성 업무가 많고, 팀 내 위치로 인해 잡무와 회의 진행을 도맡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멕시코 법인과 미국 대리점 추가, 그리고 팀장의 승진으로 인해 이런 업무 강도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주에도 주간 근무 시간이 근로기준법상 최대 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한 상황이다. 이런 업무 강도를 고려했을 때 2차 시험 준비 병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정신적 피로 절감
즉시 퇴사의 다른 장점은 정신적 피로 절감이다. 비합리적인 업무 진행 방식과 명확하지 않은 R&R, 구시대적인 근무 문화로 인해 신체적 피로 외에 정신적 피로도 심한 상황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정신적 피로는 피할 수 없지만, 출근길에 자동차에 치이길 내심 기대하는 것이나 노이로제 약을 먹고 잠을 자는 지금의 정신적 피로는 '어느 정도 수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무가 커리어에 의미가 있다면 조금 더 참고 견딜 이유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지금은 주은이와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퇴사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을 수 있다.
#### 단점
##### 경제적 문제
즉시 퇴사의 가장 큰 단점은 경제적 문제이다. 먼저 전세금 문제가 있다. 주은이와 나는 10월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계속해서 회사를 다닌다면, 소득이나 대출로 새로운 전세 보증금을 보탤 수 있지만, 즉시 퇴사를 하는 경우 보탤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다음으로 고정 지출의 문제가 있다. 2025년 5월 말 기준 내 현금은 3,700만 원, 월 고정 지출은 176만 원으로 예상된다. 2026년 3월에 재취업을 한다고 가정하여도 1,700만 원의 총 지출이 예상된다. 지출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는 세후 기준으로 3,600만 원을 지출한 셈이 된다. 재취업 시기가 늦어질 수록 이 지출액은 늘어나게 되며, 극단적인 경우 1년 동안 모은 자산을 모두 지출할 수도 있다.
### 2차 부분 합격 후 퇴사
2차 부분 합격을 확인한 뒤 퇴사 의사를 밝히고 9월 말 퇴사하는 안.
#### 장점
##### 추가 소득
퇴사를 결정한 이상 재취업까지의 지출은 피할 수 없으나, 퇴사 시기를 늦출 경우 그 만큼 소득이 더 생기기 때문에 지출에 따른 부담감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2차 부분 합격 후 퇴사를 할 경우, 근무기간이 5개월 늘어나기 때문에 1,800만 원만큼 세후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 단점
##### 2차 시험 준비의 어려움
즉시 퇴사 안의 장점과 내용이 동일하다
##### 정신적 피로
즉시 퇴사 안의 장점과 내용이 동일하다
##### 취업 준비의 어려움
2차 부분 합격 후 퇴사를 할 경우, 2차 시험 준비와 별개로 취업 준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나는 취업에 쓸 수 있는 소위 '스펙'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2차 시험 준비와 별개로 취업 준비도 추가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업 도메인 지식과 보험 업계 생태계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실무 관련 교육도 수강해야 한다. 토익 900점 이상, 오픽 IM 이상을 맞춰 부족한 영어 관련 스펙도 해결해야 한다. 채용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적격성 평가로 준비해야 한다. 2차 시험의 경우, 직장과 병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취업 준비까지 추가로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선택 : 즉시 퇴사
즉시 퇴사와 2차 부분 합격 후 퇴사 중 나는 즉시 퇴사 안을 선택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이유 1 : 2차 보험수리학 합격의 중요성
현재 나는 2차 보험수리학을 합격한다는 것을 전제로 재취업을 플랜 A로 2차 시험 준비를 플랜 B로 세운 상황이다. 만약 2차 보험수리학을 합격하지 못할 경우, 플랜 A가 불가능해지며, 플랜 B에도 큰 차질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현재 내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2차 보험수리학 합격이며, 업무 강도 증가로 직장 병행 가능성이 낮아진 지금 2차 보험수리학 합격을 위해 즉시 퇴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 이유 2 : 2차 시험 준비와 취업 준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 확보
현재 내게 제일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대학 재학 중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계리사의 특성상 나는 나이가 많은 편이며, 2차 시험과 취업 준비, 채용 과정을 고려하면 더 많은 편에 해당한다. 재취업이 늦어질 수록 나이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재취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즉시 퇴사를 할 경우, 최대 5개월의 추가 기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취업 시기를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 특히 계리사 시험과 채용 공고의 주기가 1년임을 고려하면, 활용 여하에 따라 재취업 시기를 1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현재 내게 가장 부족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즉시 퇴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 마치면서
작년 9월 최대한 해운 경력을 살리려고 노력을 하다가 결국 계리사의 길을 선택했을 때처럼, 최대한 회사를 오래 다니고 이직하려 했다가 결국 즉시 퇴사를 선택한 지금의 상황은 서로 비슷하다. 언제나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녹록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한 번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선택을 하는 지금, 작년 9월 달의 선택처럼 이번 선택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